저는 이제 오디오에 입문한지 1년 정도가 되어가는 초보입니다.
그런 제가 전문 리뷰어들과 같은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 예상되고, 단순히 제가 현재 사용 중인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과의 비교를 통해 각각의 제품의 성향을 참고해보는데 의의를
두고 본 리뷰를 쓰게 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더불어 오디오 기기를 리뷰할 때 많이 쓰시는 단어들의 통용되는 의미를 제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우선, 제가 사용 중인 오디오 시스템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원장치로 이소텍 사의 아쿠아리스 ( 주 분전반에서
LS산전 4sq 단심 케이블로 직접 연결 )
트랜스포트로 피오당 튜닝 공제PC ( Verastarr 사의 GRAND ILLUSION 파워케이블 )
Entreq 사의 Challanger USB 케이블로 연결
( Entreq 사의 Silver Mimus와 Silver 접지선을 USB케이블과 연결 )
DAC로 심오디오 사의 380D ( 와이어월드 사의 골드일렉트라 62 파워케이블 )
XLO 사의 시그니쳐 밸런스 인터케이블로
연결
프리앰프로 프라이메어 사의 PRE32 ( 노도스트 사의 발할라 파워케이블 )
타라랩 사의 0.8
EX 밸런스 인터케이블로 연결
파워앰프로 에이프릴뮤직 사의 Ai700 bypass모드 ( 유성운 3번 파워케이블 )
허영진 TEN 스피커 케이블로 연결
스피커로 에이프릴뮤직 사의 스테이트먼트3 SE ( 아큐톤 1인치 블랙다이아몬드 D25N-6-34
유닛, 6.5인치 세라믹 미드 C173-6-095E 유닛, 11인치 세라믹 우퍼 S280-6-282 유닛 3-way구성 )
로 구성한 오디오시스템을 사용 중입니다.
사진에서 보는대로 소리의 옆 샘 방지를 위해 우드 블라인드를 내려 소리가 옆으로 새는 것을 방지하고자 노력했는데, 나름 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
중요한 재생 소프트웨어 환경은 윈도우 8.1 PRO 운영체제에서 JPLAY 5.2 beta 15로 들었습니다.
JPLAY의 레지스트리 셋팅값은 시스템 클럭은 0, 버퍼 값은 3, 울트라스트림 값은 500입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제가 사용 중인 심오디오 380D DAC가 가격적인 면에서 이번에 출시 예정인 노스스타 디자인 수프리모 DAC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급의 제품이라 예상되어 두 제품 간에 비교 청음을 해보고 싶어서 서울전자에서 진행하신 대여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조사 Spec
심오디오 380D
노스스타 디자인 수프리모
스펙 상에서 특히 눈에 띠는 점은 SN비 입니다.
( 380D는 ESS사의 Sabre ES9016을
사용하고, 수프리모는 ESS사의 Sabre ES9018을 사용합니다. )
저는 별도의 전원 컨디셔너인 이소텍 사의 아쿠아리스를 사용하면서, 기존에 벽체콘센트에 그냥
연결하였을 때 들리던 각종 노이즈 음이 굉장히 많이 해결되어 깨끗한 배경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 AC전압은 222~225V
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트랜스포트로 PC를 사용하다보니 아무래도 PC
내부에서 생기는 여러 노이즈가 USB인터페이스 출력의 접지라인을 통해서든 아니면 PSU에 연결된 파워케이블을 통해 전원장치로 방사되든지 나머지 오디오기기에 영향이 있었습니다.
PSU에 연결된 파워케이블을 통해 외부 전원으로 노이즈가 방사되는 문제는 이소텍 아쿠아리스를 사용하며 많이 해결되었지만, 예전에 Mytek Stereo 192-DSD DAC를 사용할 때는
USB입력단의 노이즈 차단 기능이나 회로 상의 지터 제거 기능이 적어서인지 몰라도 PC 쪽에서 디지털 신호를 전달할 때 섞여 들어오는 노이즈가 간간히 적지 않은 수준으로 소리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380D로 DAC를 교체하면서
USB입력단 자체의 높은 품질(galbanic isolation)과
Moon Asynchronous Jitter Control in 32-bit mode 등의 기술로 높은
수준의 배경음의 적막함과 소리의 투명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수프리모를 사용해보니 미세한 폭이긴 하지만
배경음의 적막함이 좀 더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DAC 칩을 ES9016과 ES9018의 SN비 차이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의 Burn-In(또는 에이징)을 믿는 편이라, 이미 전 대여자인 정성봉님께서 일주일 정도 사용을 하였지만, 이번에도 수프리모를 제 시스템에 연결하고는 24bit/192kHz 위주의 고음질 음원으로 DAC 처리 능력을 Full로 사용하며 24시간내내 이틀 정도 Burn-In을 시키고 주말을 이용해 비교 청취를 해보았습니다.
수프리모가 DSD 지원이 되는 DAC이긴 하지만, 제가 주로 듣는 음원이 PCM이 많고 비교대상인 380D가 PCM만 지원하는 까닭에 비교 청취 시에 모든 음원은 PCM으로 들었습니다.
[[ 각 DAC의 전체적인 인상을 먼저 정리하면, 380D는 굉장한 해상력을 바탕으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소리를 구성하여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수프리모는 풍부한 배음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진하게 소리가 흘러나와 음악을 풀어나가는
느낌입니다. ]]
만약 DAC를 연주자에 비유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380D는 하이페츠, 수프리모는 오이스트라흐에 비유하여 각각의 DAC의 느낌을 한번에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보았습니다.
재밌는 것은 380D는 (지휘자에 비유할 수
있는)프리나 그 밖에 오디오시스템의 영향을 그리 받지 않고 자신의 특성을 최종소리에 반영하나, 수프리모는 그 밖에 오디오시스템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자신의 특성을 최종소리에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380D는 오디오 기기, 선재 간의 매칭에서
한결 자유로우나, 수프리모는 매칭에서 매우 종속적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인해 수프리모를 사용 시 연쇄적인 추가 지름을 부를 수 있다는 점과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원하는
소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스스타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배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오디오 경력이 짧다보니 다른 분들이 말하는 배음이 풍부하다는 의미를 사실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연히도 청음하러 간 분의 댁에서 스테레오 사운드의 기사 한 꼭지를 보고 나름대로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 흔쾌히 잡지를 빌려주신 김인호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
잡지 기사를 인용해봅니다.
- 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러면 전송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음’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자. 어딘가에 피아노가 놓여 있다고 가정한다. 피아니스트가
악기 튜닝에 사용하는 ‘라’ 키를 두드린 순간을 상상해보셨으면
한다. 그 사운드는 아름다운 음색을 동반하며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런데
그 음색은 피아노가 야마하인지 스타인웨이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며 장소가 홀인지
살롱인지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음에서 배음을 제거하고 정현파 성분의 집합으로 분해한 기음(基音)만을 추출하면 야마하가 됐든 스타인웨이가 됐든 같을 것이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첼로든 드럼이든 같은 440Hz의 싱글 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음을 피아노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배음 때문이다. 우리가 피아노의 ‘라’라는 하나의 음이라고 생각한 음색은 사실 복잡한 배음으로 구축되어 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현실에서 음원의 배음은 엄밀한 정수배가 아니며 흔들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 배음
우선 첨부된 그림 ‘음과 음악의 개념도’를 보고
나서 읽어 주셨으면 한다.
음은 일반적으로 음량, 음고(음의 높이), 시간적 위치(시간축)라는
3가지 요소로 규정된다. 알고 계시듯이 악보에 적혀있는 기호
그 자체인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나카무라 씨의 해설인데, 이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길이가 가장 짧은 음의 요소를 임의로 ‘음자(音子)’라 부른다. 음의 높이를 종축으로, 시간을 횡축으로 나타낸 그래프 위에 음자를 표시하면 ①처럼
하나의 점이 된다. 참고로 음량은 점의 크기로 표현된다.
종축의 가장 아래에 있는 기음 위로 줄지어 이어진 음자가 배음으로, 인간의 청각으로는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여기서 순간적인 음질 ②가 생겨난다. 그리고
음자가 시간축 상으로(횡으로) 늘어서면 음의 길이 ③이
발생한다. 그리고 순간적인 음질에 시간축이 더해짐으로써 처음으로 청각을 통해 ‘음’ ④를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음을 미세하게 분석하면 음색은 무수한 음자로부터 태어나는 것으로, 하나하나의 배음이
어지러울 정도로 음고와 음량의 변화를 반복하면서 시간축을 형성하는 것임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훨씬 복잡하게 변화한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단순한 음이 수없이 많이 조합됨으로써 복잡한 음악이 태어난다는 정도가 아니라
음자 레벨에서 극히 복잡한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
결국 오디오 시스템의 전송 과정에서 신호가 약간 변질되는 것만으로도 배음이 변화되어 재생되는 첼로의 음색이 바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초심자용 스틸 현이 사용된 듯한 바이올린의 음은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재생의 오류인데, 어떤 이유로 인해 일부 배음이 약간 왜곡됐기 때문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고충실 재생을 목표로 하는 오디오 매니아에게 있어 매우 염려스러운 일이다. 모두 잘 알고 계시듯이 기기의
세팅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음색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오디오는 그 정도로 섬세한 것이다. 측정결과와 음자라는 사고를 통해 음의 성립 내력과 그 복잡함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음’이라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리얼하게 느끼셨을
것이다.
- 인간의 청각
여러분은 ‘오디오용 마스터클럭을 루비듐 발진기로 교체했더니 공기감마저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디지털 오디오에는 클록이 필요한데 그 마스터클록으로 보통 사용되는 수정 진동자의 정밀도는 10-6으로, 시계로 말하자면 한 달에 몇 초의 오차 정도인 높은 정밀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마스터클럭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런 정밀도가 아니라 시간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것, 즉 지터가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레코드플레이어로 예를 들면, 지터는 와우플러터에 상당하는데, 10-9 이상의 정밀도를 얻을 수 있으며, C/N이
뛰어난 루비듐 발진기와 수정 진동자의 차이를 알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청각이 수정 진동자의 얼마 안 되는 지터마저 알아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음자 레벨의 극히 미세한 흔들림마저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청각이 유독 뛰어난 감지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므로 청각이라는 고감도 센서로 당신의 시스템을 체크하면 극히 미세한 음자의 변동마저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세팅의 중요함과 어려움이 있다.
< 스테레오 사운드 No.183
p.218~221 >
위 기사를 읽어보면서 파장인 소리를 입자로 인간의 뇌에서 찰라에 인식하고 이를 음자(音子)라는 하나의 단위로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는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빛이 파장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한 것과 비슷하게, 뇌 인지 측면에서 소리를 파장이지만 입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설명을 매우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노스스타 사의 수프리모 DAC의 경우 위 그림에서 ②에 해당하는 배음의 측면이 굉장히 풍부합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소리가 매우 진하게 심지있게 들립니다. 상대적으로 380D의 경우 산뜻하고 옅게 들립니다. 보컬의 경우에는 이것이 굉장한 장점이 되어 제가 경험해본 다른 어떤 DAC에서도 느끼지 못한 묘한 음색뉘앙스(사람 목소리가 단지 목구멍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복부 울림에서부터 목구멍과 코를 거쳐 머리가 공명하면서 생기는 여러 배음이 한꺼번에 들리면서 생기는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까지 살아납니다. 아마 사람 목소리는 우리가 늘상 듣는 익숙한 소리이기 때문에 좀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등의 악기 음이 좀 더 진하게 들립니다. 다른 악기는 실제로많이 들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고, 피아노만 놓고 본다면 피아노 학원에서 다니며 들었던 피아노 음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오해하시면 안될 것이 기본적으로 두 DAC 모두 밸런스, 정보량, 대역폭, 해상도, 투명도, 선명함 등이 웬만한 DAC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뛰어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배음이 모두 있어서 성향이 약간 온기가 있는 쪽입니다. 단지 이 글에서 서술되는 두 제품의 차이점은 두 제품끼리 비교하다보니 두 제품 간에 생기는 상대적인 차이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제가 쓰는 스피커의 유닛은 글 서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모두 아큐톤입니다. 아큐톤
유닛의 특징이 약음 포착 능력이 굉장히 좋다는 점으로 알고 있는데, 이전 단에서 보내주는 대로 다 재생
가능한 이런 약음 포착 능력 덕분에 두 DAC의 해상력 차이를 알아보기에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380D의 경우 특유의 굉장한 해상력으로 인해서 음악을 이루는 약음 뿐만 아니라 정말 미세한 주변음의 약음마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재즈 밴드의 라이브 연주 시 들리는 마룻바닥의 나무결 삐그덕대는 소리, 저 멀리서 희미하게 술잔 부딪치는 소리마저 정말 미세하지만 다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좀 놀랐던 것은 클래식 실황 음원에서 저 먼거리에서 문이 살짝 닫히며 나는 소리와 공기의 압력의 변화 느낌마저
여과없이 전해줘서 상당히 신기해하며 들었습니다. 그래서 음악에서는 악보 상으로는 매우 약한 음일텐데도
굉장한 해상력 덕분에 분명히 인지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는 Moon
Asynchronous Jitter Control in 32-bit mode 기술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프리모의 경우 이런 미세한 주변음의 약음까지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다 전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된 음악을 구성하는 음들은 다 들려줍니다. 덕분에 해당 음원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음악 자체에 좀 더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이브 음원의 경우 주변음이 상대적으로 잘 안들리게
되어 라이브한 느낌이나 현장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많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약음 대 강음의 비로 볼 수 있는 다이나믹스는 음악을 이루는 약음이 상대적으로 더 인지되지 않아 들리지 않는 점 때문에 380D보다 수프리모가 음악적으로는 다이나믹스가 더 있는 것 같은 상대적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약음이 상대적으로 분명히 들리지 않음으로써 다이나믹스가 좋아진다는 점 때문에 이 점을 다이나믹스가 좋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좀 혼동이 왔습니다.
그리고 좀 모순적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하나 하나의 음들의 분리도는
380D가 좀 더 있지만(해상력의 영향), 하나 하나의 음들의 윤곽감은 수프리모가 좀 더 있습니다.(배음의
영향)
어떤 음원의 경우에는 이런 음의 윤곽감이 강해서 음 하나하나가 제 귀로 굉장히 무게감 있게 또는 심지가 있게 때립니다. ( 어느정도 Burn-In 되기 전에는 저음에서 이런 음의 윤곽감은
좀 둔해서 중고음에 비해 저음에서 음이 중첩되거나 번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이런 특징은 박정현의 ‘꿈에’에서 매우 잘 드러납니다.
박정현의 메인보컬 뒤로 박정현 스스로 화음을 넣는 백보컬이 있는데, 380D의 경우 이것이
정확히 분리되어 들려서 조화롭게 화음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수프리모의 경우 이것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메인보컬과 살짝 겹쳐져서 들리면서 오히려 메인보컬의 음색을 좀 더 진하게 만드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무대를 그리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380D는 적당한 크기의 좌우 무대를 그리며 그 안에 소리의 요소들을 배치하며 꽉찬 느낌의 소리를 전달합니다. 이에 비해 수프리모는 좌우로 상대적으로 큰 크기의 무대를 그리며 그 안에 소리의 요소들이 살짝 살짝 빈 곳이
존재하는 느낌의 소리를 전달합니다. 수프리모가 좀 더 대역폭이 좋은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 납니다. 수프리모를 사용한다면 밀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DAC 이외의
오디오 기기나 선재의 추가 업글이 필요하게 되어 추가 지출이 많아지는 안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높이적인 측면을 본다면 380D는 비교적 낮은 높이의 무대높이를 그리고 그 높이가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프리모는 제 느낌에 의하면 고차 배음이 열리는 지에 의해서 무대 높이가 미끄러지며
높아지며 열립니다. 이는 눈을 떠서 보면 오디오 랙 근처 1m 정도의
높이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가, 눈 감고 들으면 마치 그 배 이상으로 높이가 미끄러지며 상이 맺히는 느낌입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느낌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오디오 기기나 선재를 어떻게 매칭하고 구성해서, 종합적으로 어떤 오디오시스템을
만드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나오는 소리의 밸런스는 다양할 수 있기에 DAC 자체의 밸런스 만을 말하기는
초보인 제 수준에서 어려울 것 같지만, 제 시스템 상으로 한정해본다면 380D는 고역, 중역, 저역이
밸런스가 좀 더 균형잡힌 느낌 ( 1:1:1의 비율 )이였고
수프리모는 고역과 중역에 비해 저역이 아주 살짝 부족한 느낌 ( 1:1:0.85의 비율 )이었습니다. 그리고 380D가
상대적으로 저역의 해상도가 좋은 느낌이였다면 수프리모는 380D보다 깊은 저역을 표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Burn-In 된 380D와 이제 갓 10여일 Burn-In
된 수프리모이기에 실제 구입해서 오랜 시간을 사용하면 달라질 여지는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제 오디오 시스템끼리의 나름의 조화를 구축하고 있었을텐데 손님으로 잠깐 오셔서 구성 속에 잠시 들어가 자신의 특성을 보여준 수프리모이기에 수프리모와 제대로 조화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어떤 소리가 흘러나올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
최종적으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만약 고급스러운 소리라면 고급스러운 소리라는 것은 어떤 소리일까를 고민해보았습니다. 왜냐면 현 제 시스템 상에서는 수프리모보다는 380D가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의 소리를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물건으로 따지면, 고급이라는 것은 만듦새나 매무새가 꼼꼼히 하게 잘되어 마감이 좋은 것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과연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최종 출력되는 소리는 어떤 것으로 고급스럽다는 느낌의 표현 가능할까 하는 점이 아직 제게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면들을 종합해서 현재 제 오디오시스템으로만 본다면 대편성 곡들을 많이 듣는다면 380D가 좀 더 유리하고, 소편성 곡들이나 보컬 위주로 많이 듣는다면 수프리모가 좀 더 유리할 꺼 같았습니다. 만약에 수프리모로 대편성 곡들까지 만족스럽게 듣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출이 상당할 꺼 같았습니다. ㅜㅠ
그 외 제가 느낀 점은 380D가 좀 더 하드웨어의 버퍼량(?)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JPLAY의 버퍼값이 380D의 경우에는
8까지 가능한데 비해서, 수프리모는 3까지 가능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일 파일 용량이 500MB 이상되는
고음질 PCM 음원의 경우 JPLAY로 아예 재생 불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제가 JPLAY 5.2 beta 버전을 사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정식버젼이 나올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꺼 같습니다.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대여하며 비교 청취해보니 사실 두 제품 다 어느 정도의 급이 되는 좋은 제품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음악으로 듣게 하느냐 마느냐는 오디오파일에게 항상 제기되는 문제일 꺼 같은데, 이 두 제품 정도면 앞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동일한 곡을 하이페츠가 연주하느냐 아니면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느냐의
느낌 같은 뉘앙스의 차이( 제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 1악장을 자주 듣는데, 같은 곡을 약간은 다른
느낌으로 연주하는 두 연주자에게 받은 개인적인 인상에서 기인합니다. )이지 음악을 음악으로 듣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음악적으로 들리게 할지도......
주로 BGM으로 음악을 많이 듣던 제가 기존 Mytek
Stereo 192-DSD에서 380D를 구매하여 소스기가 업그레이드 되자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목소리의 호소력에 이끌려 컴퓨터 화면에서 오디오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자세를 고쳐앉게 되게 되고, 결국
불편한 책상의자 대신에 음악 듣기 편한 감상용 흔들 안락의자를 사게 된 경험에 비춰보면 말입니다. 수프리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최대한 분석적으로 글을 적었을 뿐이지, 흘러나오는 소리에서 각각의 악기소리가 이렇고 저렇고 이런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소리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 느낌을 굳이 표현한다면 가수든지 연주자든지 악단이든지 내 앞에 현신(現身)하여
그냥 내 음악을 들어보오 하고 나를 유혹한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꺼 같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호소력
있는 짙은 소리로…
이 느낌을 가장 먼저 받은 것은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Fuzjko Hemming)의 Fuzjko [HQCD] 음반이였는데 (http://www.cdjapan.co.jp/detailview.html?KEY=ASCM-6050
), 그 후로는 많은 음원이 이런 느낌을 주며 저를 유혹하더군요.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은 저 같이 음악회나 공연에 자주 가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현대 기술이 선사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음원이 녹음되어 기록된 것을 최대한 충실히 재현성 있게 재생하고자 하는 High-Fidelity의 원 목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기기가 나온 것 같아서 매우 반가운 일주일이였습니다. 슈퍼 하이엔드 급이 아니라 몇 달 좀 고생하면 그나마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이 정도면 더 무엇을 바라리…’하는 좋은 성능을 두 제품 모두 보여주어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기를 즐기는 분들에게 취향에 따라 좋은 선택지를 준 것 같습니다.
춥고 여러 물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환경의 캐나다와 따뜻하고 여러 물자가 상대적으로 풍족했던 환경의 이탈리아가 각각의 제조사의 모국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배경 탓에 제가 느끼기에 합리성과 여유로운 감성으로 대표되는 각 나라의 사람들의 삶의 철학이 두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든 듯 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좋은 청음기회를 주신 서울전자 김형진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는 초보인 제가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게 언제나 도움주신 제 오디오 멘토 분들의 생각이 자연스레 녹아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오디오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러다임의 전환 (1) (0) | 2014.09.27 |
---|---|
amazon.com (0) | 2014.09.17 |
만들자마자 안녕...(1) (0) | 2014.09.12 |
탄소접지봉 후기... (0) | 2014.08.16 |
오렌더 X100L... (0) | 2014.07.06 |